기업
[육아일기 공모전 대상 수상작] 행복이 출근합니다!
(주)에이치앤아비즈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만듭니다. 작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자는 아이들이 일어나면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큰 아이는 학교로, 작은 아이는 유치원으로 등원시키고 회사로 출근합니다. 8시 55분. 출퇴근 기록기의 멘트 “어서오십시오!”
회사의 유일한 인사팀원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장기 근속 중인 여직원이 갑작스레 퇴사를 하겠다하여 면담을 하였습니다. 이유는 우리 회사에선 육아휴직이 불가능할 것 같아 이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회사의 평균연령은 36.5세. 20-30대 직원들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가족 친화적인 조직문화가 아니면 앞으로 직원들을 떠나보내겠구나 생각한 저는 사내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다행히 경영진에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셔서 가족 친화적 회사로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작은 법 제도의 100% 사용이었습니다. 임신기단축근무,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무 등 법으로 제정된 제도는 직원이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습니다. 임신기간동안 다른 무엇보다 태아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업무 조정과 휴식시간을 제공하였습니다. 다음은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업무 집중제를 운영하여 해당 시간에는 회의, 사담, 흡연을 자제하고 업무에 집중하게 하여 야근을 방지하였고,
초과 근무시 사전승인제도를 도입해 팀장 결재 없이는 야근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하였습니다.
야근이 만성화 되어있었던 회사가 단기간에 변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가 바랬던 듯 회사는 변해갔고 현재는 모두가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여 가족과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기술이 안정되지 않아 적자였던 시절, 경제적 지원은 못 하였지만 법 제도 사용 권장과 정시퇴근제도 정착만으로도 직원들은 임신과 출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아이 2명을 출산하고 휴직 사용 후 복직하여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인사팀원으로 있으니 결혼 예정인 젊은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편하게 휴직과 단축근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만족도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회사도 높아져 갔습니다. 사회초년생의 설렘과 긴장이 느껴졌던 직원들이 가정을 꾸렸고 편하게 휴직제도를 이용하고, 정시퇴근으로 가정을 돌보았습니다. 그런 직원들이 현재 제조팀장, 영업팀장으로 회사의 기둥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의 재직기간이 늘어나 회사의 분위기가 젊어졌고 중심이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채용 시에도 어린 자녀가 있거나 결혼 적령기 혹은 신혼기간에 있는 지원자라도 능력만 보고 채용할 수 있어 우수한 인재 채용이 더욱 수월해 졌습니다. 회사가 휴직제공으로 손해를 본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가족 친화적 문화를 정착하니 워킹맘, 워킹파파의 책임감과 목적의식이 이끌어내는 생산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2016년 이후 재직 중에 임신을 한 모든 직원이 임신기간 단축근무, 육아휴직, 육아단축근무를 자유로이 사용하였고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잡으며 사회적 성장과 개인의 성숙을 위해 고군분투하였습니다. 그동안 여직원 7명이 9번의 육아휴직을, 남자직원 2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인생에 다시 없을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복직하였습니다.
2017년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이용한 직원의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직원들은 그 아이가 벌써 학교에 가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해 하였습니다. 이제는 젊은 직원들은 불안과 의심없이 임신에 대해 묻고 출산, 휴직, 아이 양육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임신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줍니다. 축하를 받으며 임신기간동안의 업무 조정과, 휴직계획을 함께 설계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 회사는 이 직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일과 가정, 두 가지 일상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습니다.
옆자리 팀장님, 상무님, 대리님, 타부서 주임님 우리 모두는 퇴근과 동시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며 남편이자 와이프입니다. 가정의 경제적 안정과 자아실현 등을 위해 출근하여 업무에 성실히 임하고, 가족 품으로 퇴근합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행복이 퇴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