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육아일기 공모전 장려상 수상작] 오늘도 행복했다고 독백
조용채
두 아이의 아침식사를 챙기며, 동시에 첫째 딸아이의 머리를 빗긴 후 옷과 책가방을 챙기며 등교준비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둘째를 둘러메고 욕실로 향해 비몽사몽인 둘째 아들놈의 양치와 세수를 돕는다. 아침부터 핸드폰 영상에 넋이 나간 두 아이들을 보채고 달래가며 나 역시도 회사를 갈 채비를 서두른다. 첫째아이의 등교준비, 둘째아이의 등원준비가 끝나면 각자의 전장으로 향한다. 6월의 어느 아침, 후덥지근한 바람에 등줄기가 젖어들었다. 아니 오롯이 나 혼자만 무더웠을지도 모르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외딴 시골부터 차가 드나들지 못하는 섬까지 소방차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갔다. 소방청 산하의 공공기관에서 주말을 제외한, 때때론 주말까지도 전국에 있는 각 종 소방차량을 점검하러 유랑하는 것도 8년이란 시간이었다. 그 누구보다 예쁜 딸아이의 탄생을 맞이하며 탯줄을 자르던 그 기억도 벌써 9년이 흘렀고, 한창 천방지축 망아지마냥 뛰어다니는 사고뭉치 5살이 된 아들까지. 이제 육아의 달인이 된 나는 아빠다.
아내는 교대근무로, 나는 외지로 출장가는 대부분의 근무일이 아이들에게 부모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 죄스러운 마음을 갖던 때도 있었고, 주변 친지나 양가 부모님들의 손을 빌려야만 했었던 때도 있었다. 서로 육아휴직을 써보자며 육아로 인해 아프고 지친 몸을 겨우겨우 아이의 품에 뉘어가며 고된 하루를 버텨내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 소방관의 장비 조작교육을 담당하며 주로 내근인 부서로 전보되었고, 그동안 주의 깊게 볼 경황이 없어 알지 못했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사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날부터였다. 겨우 겨우 버텨내던 나의 하루는 내 삶의 많은 것을 돌아보며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교대근무로 힘든 아내를 대신해,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죄스러운 소리를 하지 않고도 두 아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의 삶이 안정되기 시작한 날이.
우선 유연근무를 사용하기로 했다. 집과 직장의 거리가 한 시간 가량으로 사실 아이들의 등교나 등원시간을 챙길 수 없었던 나나 교대 근무로 인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아이들 등교·등원이 불가능했던 아내의 고민과 애잔함은 시차출퇴근제도를 이용해 출·퇴근 시간을 30분 뒤로 미루고 내가 전담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2학년인 첫째의 하교는 방과 후 체험활동과 학원을 통해 오후 5시 반까지 시간을 벌게 되었고, 5살 둘째의 하원은 돌봄교실과 제 누나와 같은 학원을 밀어넣는 방법으로 두 아이의 귀가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일정치 않은 퇴근시간을 지닌 아내와 시차출퇴근제도를 사용해 30분 미뤄 퇴근 시간이 더욱 늦어진 나였다.
그래서 주변의 동료들에게 물어보며 도움을 구하다보니 자녀 육아시간이라는 제도를 나 역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아내의 오전·오후·야간의 교대근무 중 아이들 귀가를 챙길 수 없었던 오후 조에 2시간씩 육아시간을 사용해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출산과 동시에 흔들렸던 나와 내 가정은 이렇게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많은 수많은 인생의 변수가 존재하지만, 일·가정 양립을 위해 구비된 다양한 제도가 내 삶의 근간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 상황을 이해하고 그 제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직장 동료들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두 아이의 믿음직한 아빠로, 사랑스러운 남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에겐 지옥 같다는 육아의 현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하며 이 힘든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이 더없이 기쁘고, 한없이 소중하며, 간절히 기원으로 바래왔던 내 삶의 행복으로 귀결되는 한걸음이란 것을.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그 한걸음을 딛어내기 위해, 또는 딛어내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이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 청소기를 돌리며, 돌아간 세탁기와 건조기를 들춰내 빨래를 개어 정리하고, 가족들과 저녁식사와 함께 서로의 하루를 나누며 뒷정리하고, 개운하게 씻고 아이들 알림장을 보며 오늘보단 더욱 자랐을 아이들의 내일을 챙긴 후 침대에 누워 아이들과 잠자리 독서를 하곤, 이내 잠든 꿈속을 유영하는 아이들의 미소 띈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독백.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